[2011.03.12._연극] 상사몽 추천_함께해요



0. '세시봉'도 '이소라'나 '박정현'도 쭉-있어왔다. 그들의 음악이, 노래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열광하는 지금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한편 참 슬프다. 사랑 노래는 흔하다. 휴대 전화 버튼 하나만 눌러도 우리는 사랑 고백을 하거나, 헤어진 연인을 향한 절절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면 '니까짓게 떠난다고 내가 죽을 줄 알았니? 웃기지마.'처럼 쿨하고, 당당하고, 솔직하기만해서, 자극적인 가사들은 마음만 할퀼뿐 아픈 속은 그대로인 것 같다. 오히려 '잊고 싶던 모든 일들 때론 잊은듯이 생각됐지만, 고개 저어도 떠오르는건 나를 보던 젖은 그 얼굴 아무런 말없이 떠나버려도 때로는 모진말로 멍들이며 울려도 내 깊은 방황을 변함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너(변진섭, 너에게로 또다시 중)' 처럼 바보같고, 아프고, 쓸쓸한 노랫말이 더 마음에 남아 우리를 위로하는건 아닐까. 그래서 요즘 유독 예전의 명곡들을 더 찾는 분위기인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자신에게 필요한 걸 찾으니까. 오랜만에 본 연극 상사몽. 죽음과 같은 사랑의 시詩란다. 옛날, 그들은 사랑하는 마음을 그렇게 시(노래)로 담아 연에게 보냈다.
 

1. 남산예술센터에서 3월20일까지 공연된다. 몇 년전에 이미지극 형식으로 초연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때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관객들이 많아 보였다. 나를 이 곳으로 인도해준 넛지는 알음알음 웰메이드 연극을 찾아온 관객들을 보고 괜히 뿌듯하다고 했다. 나도 동감!:) 오래 했으면 좋겠다. 중극장 규모의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무대 정면 뒤편의 높은 벽. (배우들이 읊는 시가 씌여지는 공간이다. 동시에 둘의 사랑을 가로 막는 높은 벽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양 옆에 거문고, 기타 등의 악기들이다. 언젠가부터 단촐한 무대를 보면, 시작하기전에 그 연극이 참 기대가 됐었다. 그건 한마디로 자신감이다. 뭘 굳이 많이 가져다 놓지 않아도 우리 연기 하나면 된다는 웰메이드만의 자신감. 그리고 그 기대는 충분히 충족됐다. 


2. 음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거문고와 기타의 합주는 처음 듣는 조합이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귓가에 남았다. 거문고가 힘차게 큰 붓으로 뻗어가며 선을 그리면, 기타의 섬세한 선율이 뒷따르며 고운 색으로 함께 하나의 수묵 담채화를 완성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위에 아주 구슬픈 싯가락이 살며시 얹어진다.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소리가 잘났다고 나서지 않는다. 함께 오래도록 감동을 준다. 향나무의 은은함처럼 말이다. 음악을 듣다가 넛지는 나에게 언젠가 함께 공연을 하자고 했다. 그렇다면 아마 나는 클라리넷을 불을것이고, 그녀는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할 거다. 연습해서 같이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언제쯤이 될까? 응? 그날이.


3. 안평대군의 궁안에 살며 동무들과 함께 시를 공부하며 살던 궁녀 '운영'과 안평대군이 아끼던 선비 '김진사'의 사랑 이야기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둘과, 그들의 사랑에 함께 힘을 실어주는 궁녀들, 그리고 세속에 찌들지 않은 시를 함께 짓기 위해 궁녀들을 가르쳤으나 결국 '운영'과 '김진사'의 사랑으로 배신에 절규하던 안평대군.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는 아픈 인연의 꿈같은 연극이다. 상사화처럼, 잎이 있을 때에는 꽃이 없고, 꽃이 피면 잎은 지고 마는. 늘 서로를 그리워하기만 하는 꽃과 같은 노래였다. 그래서 푹 빠져서 연극을 본 후에도 후련하기는 커녕, 마음 한켠이 쓸쓸했다.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지난 번 만추를 보고 나서도. 상사몽을 보고 나서도. 봄처럼 웃다가 가을처럼 쓸쓸해진다. 


4. 둘의 인연이 아쉽고, 안타까운 건 당연하고. 나는 안평대군에 더 마음이 갔는데. 그가 참 애잔하게 불쌍했다. 때묻지 않은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궁녀들을 궁안에만 두고 책만 보며 시를 쓰도록 했다. 그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시는 마음을 속일 수 없는 걸 참 잘 아는 그가, 왜 사람의 마음 중 가장 근본적인 사랑을 가두었을까? 자연을 노래하고, 높은 이상을 꿈꾼 시만이 좋은 시라고 여겼던 걸까? 아니다. 아마 왕권 다툼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궁궐에서 벗어나, 시로 도피한 거였을지 모른다. 그가 짓는 시에는 권력 싸움도 없고, 이권 다툼도 없는 세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꿈꿨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꿈꾼 무균질의 시 세상에 금이 간 순간, 절규하며 맺힌 눈물 방울을 나는 보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기가, 마음이, 어느 쯤 이해되기도 했다.


0. 남산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봄이 오면 늘 그랬듯, 킁킁대며 공기 냄새를 맡느라 바빴다. 더 따듯해지면, 지난 봄에 그랬듯 그 바람이 불고, 그 꽃들이 피고, 그 잎들이 나겠지. 나의 그 마음은? 하룻밤 꿈처럼 또 흩어질 봄을 알지만, 그래도 나는 봄을 기다리고. 또 기쁘게 봄을 맞고, 또 다시 봄을 살 것이다.


오늘 그대를 떠나보내니 끝까지 취하리.
내일 아침이면 길 먼 곳에서 서로를 그리워하리니.

상사몽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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